정부의 조기폐차 정책 불구
10년 이상 화물차 40% 넘어
유로6 화물차도 본격 노후화
중대형 전기트럭 내놔도
정부는 보조금 지원엔 ‘난색’
국내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각종 친환경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노후 경유화물차(이하 노후화물차)의 비중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전체 화물차 371만 9,733대 중 10년 이상 노후화물차는 149만 2,704대로, 전체의 40.1%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38.2%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40% 선을 다시 넘어선 수치다.
지난 12년간 국내 화물차 등록대수가 318만 대에서 371만 대로 증가하는 동안, 승용차에 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많은 노후화물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것이다.
업계에서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할부 금융시장 경색과 신차 가격 상승이 노후화물차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중대형 친환경 화물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마저 전무한 상황이어서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노후화물차의 친환경 차량 전환 정책을 무색케하고 있다.
▲ 조기폐차 지원 확대에도 노후화물차 증가세
정부는 지난해부터 배출가스 4등급 경유차까지 조기폐차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노후화물차 감축을 위한 이 조치로 3.5톤 이상 중대형 화물차에는 최대 3,000만 원, 도로용 건설기계(덤프 및 믹서트럭)에는 4,000만 원까지 지원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15년 이상 극노후화물차는 여전히 전체의 18.9%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23.4%를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최근에는 18~19%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입차량의 경우 조기폐차 신청을 위해서는 영업용 번호판을 일반 번호판으로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한데다, 차량 최종 소유 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때문에 실제 지원금 수령까지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조기폐차 지원이 승용차와 보조금을 공유하다 보니 실제 혜택을 받는 화물차 운전자가 많지 않다”며, “영업용 승합차와 달리 화물차는 차령 제한 등 강제적인 법규가 없어 운전자들이 굳이 차량을 교체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10년차 유로6 차량도 노후화 우려
2015년 도입된 유로6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는 중대형 화물차들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10년 이상 노후 차량으로 분류되기 시작한다. 유로6 차량은 유로5 대비 질소산화물 55%, 미세먼지 97%를 저감할 수 있는 첨단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탑재했다.
하지만 차량이 노후화되면서 높은 정비 비용 부담으로 인해 SCR(질소산화물 촉매환원장치),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DPF(매연저감장치) 등 핵심 후처리 장치들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중대형 화물차의 경우 이러한 후처리 장치의 성능 저하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대형 정비업체 관계자는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 장치 같은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전문적인 정비가 필요하지만, 보증기간이 지난 차량들은 대부분 사설 업체에서 정비를 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 도로 위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인증 시험 때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년 이상 15년 미만 화물차의 비율이 2020년 17.5%에서 2024년 10월 21.3%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대기오염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전기트럭 보조금 등 대책 마련 시급
업계에서는 현재의 노후화물차 관리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한다. 조기폐차 지원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신차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영세 운송업자들의 실질적인 차량 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중대형 트럭 브랜드들은 노후화물차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타타대우모빌리티가 최근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GIXEN)’을 공개했고, 이에 앞서 볼보트럭코리아 역시 이미 3년 전 대형 전기트럭인 ‘FH 일렉트릭’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친환경 화물차 판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환경 화물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2~3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도,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원은 1톤 전기트럭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톤 전기트럭마저 2023년까지 시행됐던 영업용 번호판 무상 지원 정책이 종료되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수소전기트럭(FCEV)의 경우 현대차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양산하고 있으나,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정된 보조금 예산조차 소진하지 못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노후경유차의 조기폐차는 독려하면서도 정작 이를 대체할 친환경 화물차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며, “중대형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 확대와 함께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 상용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출시 예정인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트럭 ‘FH 일렉트릭’
타타대우모빌리티 준중형 전기트럭 ‘기쎈’의 공개 모습. 현재 두 차종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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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용 기자 jung.hy@cvinfo.com
출처-상용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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