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더운 7월 이였습니다.
회사 기계 전시장이 상가 1층이라 직원들과 점심 먹고 에어컨 바람쐬며 쉬고 있었습니다.
날이 어찌나 더운지 푹푹 찌는게 몸이 늘어지더군요....
업무 시작 20분전이라 직원들은 수다 떨면서 휴가계획 관련해서 애기들 중이였고요 그러다
정장으로 풀 셋팅한 20후반으로 보이는 노란긴머리 남자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군요.
전 볼일이 있어 옆에서 업무 정리하고 직원들이 무슨일이냐 물어보니 다급하게
사기꾼 : 혹시 이 앞으로 견인되는 검정색 승용차 보신분 계신가요?
직원들 : 아뇨 밖에 신경 안써서 모르겠네요.
사기꾼 : 아 어쩌지 ㅠㅠ 제가 주변 거래처에 볼일 보고 요 앞에 주차를 하고 한시간 자리를 비웠더니
차를 견인해 가버렸네요......
직원들 : 아네 못봤어요.
사기꾼 : (머뭇거리며) 저기 죄송한데 제가 차에 지갑이랑 폰을 다 두고 내려서 차를 찾으러 가야하는데
택시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내일 지나가는 길이니 와서 꼭 갚겠습니다.
직원1 : 잠시만요.....여기요 만원 내일 갖다주세요~
옆에서 업무중이다 보니 걍 대화만 듣고 있는데 몬가 이상한거 같아 직원들 옆으로 갔습니다.
나름 멀쩡히 보이고 싶었는지 정장에 구두까지 근데 지금 7월 다 벗고 있어도 땀날꺼 같은데
정장도 겨울정장만 있는지 두꺼운 겨울정장에 코트에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고 있더군요;;;
저 : 안 더우세요?? 날도 더운데 코트까지;;;
사기꾼 : 너무 급해 뛰어서 땀이 나네요.
저: 차 견인 당하셨다고요?
사기꾼 : 네 차 견인되서 급하게 차를 찾아야 업무를 보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택시를 탈 수가 없네요.
저 : 그럼 택시를 타고 견인된 차고지로 가서 차에서 지갑 꺼내 택시비를 드리세요
사기꾼 직원들 : (얼음)
저 : 택시 불러드릴까요 여기 택시 잘 안 잡히는데..
사기꾼 : 아뇨 괜찮습니다. (만원짜리 옆에 테이블에 슬며시 올려 놓더라고요)
저 : 나이도 젊고 몸도 불편한곳 없는거 같은데 그러지 마요. 다 힘들게 일하고 삽니다.
사기꾼 : 죄송합니다.
아휴 진짜 그 만원 하나 벌겠다고 더운날 정장입고 돌아다닐 힘으로 알바라도 했다면 덜 힘들고 더 벌었을텐데
한심 하더군요.
직원들도 어이 없는지 빨리 나가라 하고요.
사기꾼은 민망했는지 후다닥 고개 숙이고 인사하더니 휭 나가버리고......
10분후에 직원들이랑 업무 시작전 담배탐으로 사무실 밖에 나오는데 옆옆건물 편의점에서 그 사기꾼 만원짜리
손에 쥐고 나오더군요...ㅋㅋㅋㅋㅋㅋㅋ
알바생이 순진했던건지 지보다 어린 알바생 등쳐먹고 모가 그리 좋은지 웃으며 나오는데 저희랑 눈마주쳐서 아까 만원 주려고 했던 직원이 빡쳐서 야 개XX야 소리 지르니 진짜 빛보따 빠르게 도망가는데..아휴 세상엔 진짜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허탈하면서도 참 불쌍해 했던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큰타격이 없으니 잃어버린 돈이라 생각하고 도와주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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