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눈을 기다린다. 강원도 지역에는 11월 말부터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펑펑 내리는 눈은 다음날 출근을 걱정하는 직장인들이나 운전자들을 한숨 짓게 만든다. 폭설은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결국 직장이나 학교에 지각하기가 일쑤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은 눈이 많고 추운 날씨가 잦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용 스노체인 같은 월동장비 판매량이 늘고 있다. 눈길, 빙판길에 대비해 겨울용 스노타이어로 교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스키나 스노보드 등 겨울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지역 주민들에게 스노타이어는 필수품이다.
실제로 금호타이어는 올해 강원지역에 17만5000개의 스노타이어를 공급했다. 또 9월부터 스노타이어 생산을 시작해 25만개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역시 올해 40만개를 준비했는데, 평소대비 25~30%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하면 눈길 주행성능이 얼마나 좋아지는 것일까.
노면 온도를 영하 5도로 설정한 실험실에서 스노타이어의 제동력을 실험한 결과, 눈길 위를 시속 40km로 달리던 자동차가 급제동 할 경우 일반 사계절용 타이어의 제동거리는 37.84m였는데,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18.49m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눈길이 아닌 매끈한 빙판길에서도 제동거리가 약 15% 감소했다.
일반 타이어는 고무에 카본블랙이라는 탄소분말가루를 첨가해 만든다. 카본블랙은 모닥불을 지필 때 발생하는 ‘그을음’과 같은 성분이다. 반면 고급형 타이어에는 모래와 비슷한 물질인 ‘실리카(이산화규소)’를 섞어 만든다. 실리카를 넣으면 타이어가 적당히 딱딱해 지고, 온도변화에도 강해진다.
타이어에 실리카를 섞는건 1990년대 초반부터 있던 기술이지만 실리카의 함량, 배합기술 등에 따라 과거와 품질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스노타이어에는 저온전용으로 개발한 특수 실리카를 넣는다. 추운 날씨에도 타이어 고무가 부드럽게 유지돼 성능변화를 막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접지력(땅에 붙는 힘)이 좋아지고, 빙판길이나 눈길 위에서 타이어가 헛도는 현상을 막아준다.
스노타이어에 숨은 또 다른 비밀은 트레드(노면에 닿는 타이어 표면)에 있다. 스노타이어의 트레드에는 수없이 많은 커프(미세한 홈)가 새겨져 있어 눈길 위를 긁어내듯 달린다.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지만 눈이 많은 북부유럽 등에는 금속으로 만든 스터드(일명 징)가 박혀 있는 타이어도 판매되고 있다.
스노타이어는 표면을 살펴보면 넓은 4줄의 직선 줄을 볼 수 있다. 배수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눈, 또는 얼음이 미끄러지는 이유는 표면에 남아 있는 미세한 물 때문이다. 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수록 바퀴가 헛돌 확률이 낮아진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스노우타이어를 교체할 때 바퀴 4개를 모두 교체하는 것이 낫다고 충고한다. 자동차의 앞바퀴, 또는 뒷바퀴만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마찰력이 달라져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자동차는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이 발생하는데, 앞바퀴만 스노타이어로 바꾸면 운전대 조작보다 바퀴가 더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생긴다. 반대로 뒷바퀴만 바꾸면 바퀴가 차선 바깥으로 밀려나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타이어 제조사 관계자는 “눈길이나 빙판길 일반 노면보다 최대 8배나 더 미끄럽기 때문에 운전 할 때 주의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스노타이어를 올바른 방식으로 장착하면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111214200002266464&classcod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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