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긴글임)
3일전 오후 5시경 의소대 소집문자가 옵니다.
소집이라 함은 나가야 한다는 거죠.
그냥 오세요 하는게 아니라
'너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럴때에 대비하여 냉장고에 보관중이 생수 한묶음을
꺼내어 아이스 박스에 캔커피와 같이 담아 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작한 산불진화장비
(갈퀴와 괭이를 하나로 붙였음)
부랴부랴 소집장소로 달려 갑니다.
도착후 간단한 잡일을 좀 하고 아이스백에 생수를 담아
동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소방대원들에게
생수 배달을 시작 했습니다.
'오...이거 차가워요'라며 다른 대원에게 권하는
소방대원을 보며 느끼는 그 뿌듯함이란.....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힘든 수색에 동참해야죠.
경찰이 죽어라 조사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마을근처 산기슭부터 대원들이 투입 됩니다.
투입전 저녁식사를 하자는 소방서측 의견이 있었으나
의소대 아재들은
'해 넘어가기 전에 한발짝이라도 더 돌아보자'며
바로 수색을 시작 합니다.
역시 시골아재들임......시골아재......
모든 일정은 해뜨고 해넘어가는거 기준 함.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게 조금 걸리더군요.
행여 사고로 돌아가셨을 법한 장소.....뭐 물 웅덩이 같은 곳을
뒤적거리기에는 눈치가 보이더라는 거죠.
우리는 생존해 계신다는 것을 기준하여 수색하는 거니까요.
소방견....경찰견.....뭐 다같이 산을 뒤져 봅니다.
그리고 일몰.....내려오는 길에 산쪽으로 향하시는
가족분들이 있으시더라구요. 부랴부랴 쫒아가서
'저희가 찾아 볼테니 내려가세요. 해넘어가면
위험해요'라고 말씀드리고....약속은 지켜야 해서
약속한 범위의 2배정도 찾다가 뭔가 지형적인 특이함을
발견해요. (똑같아 보이는 장소가 두군데 있었음
내가 그 중에 어느쪽에 있는 건지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 지형이 존재 함)
여튼무튼 어둡고 무서워서 일단 하산은 했어요.
게다가 소방견과 경찰견까지 투입이 되어서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을수 있었거든요.
내려와 보니 야간은 자율방범이 투입 됩니다.
(경찰차 징그럽게 많이 옴. 진짜 징그럽게 많이 옴.
경광등 다 돌아가니까 이건 뭐 크리스마스트리임 아주.....)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저는 소방지휘소로
걸어서 복귀하며 미리 준비한 후레쉬로 길가를 비춰 보며
돌아 오는데.....도로옆 도랑에서 물풀을 괭이로 헤지면서
수색하시는 동네분이 계시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드님)
제 후레쉬로 같이 비춰드리며 도랑 끝까지 같이 찾아 보았습니다.
아드님 얼굴에 비춰지는 그 절박함이 절대 그냥 지나칠수 없었거든요.
그렇게 그날은 마무리되고 돌아 오는길 혹시 몰라서 냇둑길로
돌아오며 여기저기 후레쉬를 바춰 보았으나 ...ㅜㅜ
그러고 어제.....밤새 발견되셨기를 기대한 아침....
의용소방대 재소집 문자가 옵니다.
실종되시고 밖에서 이틀밤을 보내셨으면 이제 위험할수 있는 시간.....
생업을 깔끔하게 하루 접고 나가기로 합니다.
어제 산기슭이었으니 오늘은 산으로 올라 갈것 같은 예감에....
가까운 철물점에 가서 괭이자루 5개 구입....
원래 있던것 두개 더해서 7개.....
손잡이 부분에 고무테이프 감아서 그립력 업그레이드....
괜찮게 만들어 졌는지 소방서장님도 한개 겟 하심.....
(나름 뿌듯)
예약 손님이 있어서 카센터와 현장을 오락가락하면서
준비물들 챙겨 주는것 하다가 11시 30분 경 수색조에 동참하게 되요.
경찰 헬기는 머리위에서 투다다다하면서 돌고 있고
수색견은 5분이나 투입이 되시고.....
모여있는 인원이 어마어마 했었어요. 곧 찾을것 같았어요.
가족분들이 말씀하시던 그리고 제가 발견한 지형적인 특이사항을
의소대장님께 보고하니까 대장님은 소방대원 한분과 더불어 우리 셋만
그 지역을 따로 수색하기로 하셨어요.
그렇게 그 근처도 샅샅이 훑어보면서 곧 찾을 거라는 희망이
조금씩 약해 지더군요.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요.
온몸을 가시에 긁히고 손가락은 아까 찔려서 아프고
심지어 얼굴도 가시에 찔렸지만
'잘생긴건 수색에 도움 안된다'라는 생각에 얼굴 상처도 잊고
(사실 상처가 너무 작아서 잘 안보임)
정말 최선을 다해서.....
결국 하산하여 늦은 점심을 먹고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산 하나를
통채로 털기로 합니다.
1렬로 쭉 서서 앞으로 앞으로 가면서 산 전체를 뒤지는 거죠.
어마어마한 경찰과 소방인력이 산을 둘러 싸게 됩니다.
(이거 이동할때 좀 멋있었음. 어마어마한 인력이......)
근데 줄을 잘못섰어....내 앞은 경사면이야....경사면 타고 직진해야해....
출발한지 15분만에 생수 한병을 다 들이키고 30분 무렵엔 두병째......
마지막 한모금은 차마 마시지 못하고 아끼면서 경사면을 타고 계속
직진 합니다.
골짜기마다 바닥까지 내려가 보고 다시 올라오고....
소방관들 체력 진짜....정말......여자소방관도 정말.......
난 직진으로 가는데 소방관들은 지그재그로 감......박지성인줄.....
개인장비로 덤불을 뚫어가며...기어가며...
그 와중에 어디선가 고라니가 나타나서 뛰어 갑니다.
고라니 한마리 숨을 틈도 없이 빽빽하게 수색을 한거죠.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고라니 뛰어오는거 보고 '우왁!' 하고
놀란 소방관 있음......동물구조팀은 아니신듯....격하게 놀라심)
그렇게 수색범위 끝부분인 능선까지 다다릅니다.
이제는 산길 따라서 내려가면 되는데 근처 소방관 둘은 내려가는
것조차 길이 아닌 곳을 선택하더군요.
또 덤불을.....ㅜㅜ
(나만 길로 내려가면 체면이 안 서잖슴?)
여자소방관은 말로는 힘들다면서 찾을거 다 찾고
뒤져볼거 다 뒤져보면서 내려감......
눈치 보여서 저도 지그재그로 내려가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옆길로 새서 진흙탕에 빠진 신발 한짝을 발견하여
사진을 찍어 두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소방관이
사진을 확인하더니 소방관 10여명이 번개처럼 튀어 가더군요.
그러나 할머니 신발이 아닌 걸로.....ㅜㅜ
여튼무튼 하산 후 다시 지휘소에 모여서 생수를 재 보급하고
이번엔 능선을 타고 올라가서 반대로 내리 훑는 방식으로
수색을 하기로 합니다.
소방서장님이 앞장서서 산에 오르고 중간중간 인력을 나누어
수색지역을 정해주시더만요.
내려갔다가 빙돌아서 올라오라고......
다시 올라 오라고......다시......
서장님 미워....! (들고 계신 괭이자루 내가 만든거라고 뺏고 싶었음......)
그래도 의소대장님 따라가면 덜 힘들것 같아서 그 조에 붙었는데
이분이...체력이....소방관급임....소신있는 외길인생인지
가시덤불이고 뭐고 지팡이도 없이 그냥 뚫고 나가시더만요.
따라가다가는 내가 곧 요구조자가 될듯한.......
이때 즈음에 젊은 경찰들이 처지기 시작함...... 산을 세번 타려니
지칠만도 했어요. 장비나 신발도 산에 오르는 것들이 아니라서...
나는!......그래도!....
최선을 다함......수색 범위 밖까지 가시는 대장님을
꾿꾿하게 따라감.
왜냐면....내가 발견 못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좋지않게 발견 되시면
평생 후회할것 같아서 최선을 다함.
평생 후회할 일은 결혼 하나로 충분하지 않겠음?
그렇게 다 훑고 동네로 내려오다가 할머니 가족분들과 마주침...
며칠째 잠도 못자고 동네 중간즈음에서 게속 소식을 기다리시던
가족분들과 마주침.
그런데 우리 대장님이 나를 좀 믿으시잖슴?
내가 의심하는 곳은 의소대 수색범위 바깥쪽인데 그쪽으로
가실 가능성이 있는지 아드님께 물어 보시더라구요.
아드님의 안내로 우리범위를 넘어서 소방관들이 드론으로 확인하는
지역까지 이동하게 되요. 거기서조차 효율적으로 나뉘어서 찾아 봅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이 제가 할머니 계시던 곳에서 가장 가깝게 접근한게
그 순간이었는데......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라서.....돌아 와야 했어요.
할머니께서 하룻밤 더 고생하시게 되어....그저 죄송한 마음이......)
하긴 나보다 울 대장님이 더 가깝게 접근 하신거라서 뭐......
저는 덜 죄송하긴해요......
그렇게 야간이 되어 자율방범이 투입되고 저희는 철수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사실은......소방서장님은 살아 계시다는 것을
기준해서 생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샅샅이 찾자고 하신것인데
차마 말을 안해서 그렇지 다들 생존해 게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속으로 서장님 욕햇을 듯요.
(나는 속으로 욕 안했음. 겉으로도 안했음.
그냥 경찰헬기만 욕했음......너무 힘들어서 그냥 아무라도 욕하고
싶었는데 헬기 아재들한테는 욕해도 못 듣잔슴? 그래서 그랫음)
여튼무튼 그렇게 하루를 또 넘기고 오늘은 체력문제로 나가지
못했어요. 대신에 읍내에서 사갈거 있으면 제가 배달하는 걸로
말씀드리고 전화를 기다리는데......11시경에 생존해 계신다고
찾았다고 문자가 오네요....^^
만세~~~!
서장님께서 생존해 계신다고 확신하시는게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는데....앞으로는
소방서장님 말씀이라면 맹신하는 걸로......무조건 맹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웃으며 할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근데요 후회 중 결혼 ㅋㅋㅋ
박보영 사모님 보배하는거 모르시나요
둘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그거 하나임.
쳐지지 않고 끝까지 같이 했다는게요.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해요.
성능은 정말 끝내 주는데 말이죠.
오후 간식으로 초코파이 한박스 사갈려고 했는데
돈 굳었어요......흐뭇,......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가장 감사할 따름입니다.
할머니께서 무사히 돌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또 열심히 노력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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